금리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질까: 듀레이션으로 보는 국채 손실 구조
「금리·채권·환율 기초」 연재 · 2번째 글
지금까지의 연재:
1. 미국 30년물 금리 5.29% 급등: 수익률곡선·텀프리미엄·원달러환율 파급 경로
3줄 요약
– 가장 안전하다는 국채에서 손실이 납니다
– SVB는 장부상 안전자산에 묶였습니다
– 개별채권과 ETF는 회복 방식이 다릅니다
1편에서 다룬 할인율 원리를 바탕으로, 이번 글에서는 그 원리가 실제로 어떻게 숫자와 손실로 바뀌는지에만 집중하겠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문장을 아는 것과, 그 낙폭을 계산하고 손실 경로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단계입니다.
특히 국채는 많은 분이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2020년 이후 장기국채 가격은 역사적으로 큰 폭의 하락을 겪었고, 은행의 장부와 ETF 투자자 계좌에서도 그 손실이 현실이 됐습니다.[100][104]
먼저 구분해야 할 것: 안전한 ‘상환’과 안전한 ‘가격’은 다릅니다
예금통장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은행에 넣어둔 돈은 내일 꺼내도 숫자가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전’이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원금의 시장가격이 안정적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채권, 특히 장기국채는 다릅니다. 미국 정부가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는 신용위험이 낮지만, 그 채권을 오늘 시장에서 얼마에 팔 수 있느냐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즉, 상환의 안전과 가격의 안정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한국은행 교육 자료도 채권수익률, 즉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익률과 채권가격은 반대 관계라고 설명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기존 채권가격은 오릅니다.[76][83] 많은 초보자가 헷갈리는 지점은 여기서 “이자를 더 주면 좋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자’는 발행 시 정해진 표면금리이고, 시장에서 새로 계산되는 수익률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입니다.[76][53]
이 차이를 놓치면, 쿠폰을 주는 채권이 왜 손실을 낼 수 있는지 이해가 막힙니다. 채권은 정해진 현금흐름을 주지만, 그 현금흐름을 지금 시점에서 얼마나 값지게 평가하느냐는 시장금리가 결정합니다. 그래서 국채가 “망하지 않을 가능성”과 “가격이 안 떨어질 가능성”은 같은 문장이 아닙니다.
한 줄 정리: 국채의 안전성은 ‘상환’의 안전이지, ‘시장가격’의 안정과 동일하지 않습니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어떻게 연결될까: YTM을 네 변수로 풀어보기
어려운 수식처럼 보여도 뼈대는 산수입니다. 채권의 핵심 변수는 네 가지입니다. 액면가(만기에 돌려받는 원금), 쿠폰(정기 이자), 만기(언제 끝나는지), 현재가격(오늘 얼마에 사는지) 입니다. 이 네 가지를 맞춰 주는 값이 만기수익률, 즉 YTM입니다.[50][78]
한국은행이 강의에서 쓰는 교육용 예시가 직관적입니다. 아래 숫자는 실제 시세가 아니라 설명을 위해 만든 값입니다. 액면가 10,000원, 표면금리 10%, 만기 3년인 채권은 매년 1,000원을 받고 마지막에는 원금까지 더해 11,000원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채권이 시장에서 9,520원에 거래된다면, 이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9,520원과 일치시켜 주는 수익률은 12%입니다.[50]
여기서 직관이 생깁니다. 이미 발행된 채권의 쿠폰은 고정입니다.[53] 시장금리가 더 높아졌다면, 예전의 낮은 쿠폰 채권은 매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가격이 내려가야만 새 시장금리에 맞는 수익률이 됩니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예전의 높은 쿠폰 채권은 비싸져도 사람들이 삽니다.
같은 논리로 한국은행은 현재가격이 같은 두 채권이라도 만기와 쿠폰이 다르면 실제 수익률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시에서는 둘 다 9,500원에 거래되지만, 만기 3년에 표면금리 7%인 채권의 수익률은 8.98%, 만기 5년에 표면금리 6%인 채권의 수익률은 7.23%로 계산됩니다.[73] 겉으로 받는 총이자만 보면 더 길고 많이 받는 쪽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을 할인해서 보면 평가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채권시장은 가격보다 금리로 말합니다.[84][85] 주식처럼 “얼마짜리 자산인가”보다, “지금 이 가격에 사면 연 수익률이 얼마인가”가 더 직접적인 비교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한 줄 정리: YTM은 액면가·쿠폰·만기·현재가격 네 변수를 하나로 묶어 주는 ‘채권의 진짜 가격표’입니다.

듀레이션은 왜 중요한가: “금리 1%포인트 움직이면 몇 % 흔들리는가”
자동차로 비유하면, 듀레이션은 차의 길이보다는 핸들에 얼마나 민감한가에 가깝습니다. 차가 길수록 작은 조향에도 움직임이 커질 수 있듯, 듀레이션이 큰 채권은 금리 변화에 가격이 더 크게 반응합니다.
한국은행은 듀레이션을 투자자금의 평균 회수기간으로 설명합니다.[58][69] 이표채는 중간중간 이자를 받기 때문에 만기보다 듀레이션이 짧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69][99] 같은 강의의 또 다른 교육용 예시로, 액면 1,000원, 표면금리 5%, 시장수익률 8%, 만기 3년인 채권은 가격이 923원으로 계산되고, 각 현금흐름의 현재가치 가중치를 합치면 듀레이션은 약 2.85년입니다.[58][59]여기서 한 걸음 더 가면 수정듀레이션이 나옵니다. 수정듀레이션은 “금리가 1%포인트 변할 때 가격이 대략 몇 % 변하는가”를 보여주는 민감도 지표입니다.[86][88] 한국은행도 수정듀레이션을 금리 민감도를 표현해 주는 지표라고 설명합니다.[91]
직관은 간단합니다. 현금이 멀리 있을수록 할인율 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습니다. 오늘 1만원 받는 것과 20년 뒤 1만원 받는 것은 금리가 바뀔 때 가치 변화 폭이 다릅니다. 그래서 장기채일수록 금리 충격을 크게 맞습니다.[89][90]
예를 들어 TLT의 실효듀레이션은 2026년 8월 18일 기준 14.83년이고, 평균 만기는 25.70년, 평균 YTM은 5.33%, 컨벡시티는 3.12입니다.[92] 듀레이션만 놓고 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격이 대략 14.83% 안팎 움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실제 가격은 컨벡시티 때문에 완전히 직선처럼 움직이지는 않지만, 첫 번째 감각을 잡는 데는 이 숫자가 매우 유용합니다.[88]
한 줄 정리: 듀레이션은 채권의 ‘흔들림 크기’를 숫자로 보여주는 지표이며, 길수록 금리 충격이 커집니다.

컨벡시티까지 보면 왜 ‘대충 듀레이션’만으로는 부족한가
듀레이션을 직선자라고 생각하면, 컨벡시티는 곡선자입니다. 작은 금리 변화에서는 듀레이션만으로도 대략 맞지만, 변동 폭이 커질수록 실제 가격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처럼 움직입니다.[88]
채권의 가격-수익률 관계는 원래 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금리가 크게 오르거나 내릴 때, 단순히 “듀레이션 × 금리변화”만 계산하면 오차가 생깁니다. 컨벡시티는 그 휘어짐을 보정하는 장치입니다.[86][88]
TLT의 컨벡시티는 2026년 8월 18일 기준 3.12로 공시됩니다.[92] 초보자 입장에서는 이 숫자 하나만 외우기보다, “장기채는 금리 변화에 직선이 아니라 굽은 선으로 반응한다”는 감각을 가져가는 편이 중요합니다. 실전에서는 금리가 몇 bp 움직였는지와 듀레이션, 컨벡시티를 같이 봐야 중간 손실 규모를 더 가깝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채는 미세한 변화가 크게 느껴집니다. 1bp는 0.01%포인트에 불과하지만, 듀레이션이 긴 자산은 그 1bp가 누적될 때 체감 손실이 빠르게 커집니다. 이 때문에 “국채인데 왜 이렇게 출렁이지?”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출렁이는 이유는 신용이 아니라 민감도에 있습니다.
한 줄 정리: 컨벡시티는 장기채 가격이 금리에 ‘곡선처럼’ 반응한다는 사실을 보정해 주는 두 번째 렌즈입니다.

역사 사례를 보면 더 선명해집니다: 국채도 실제로 크게 잃을 수 있습니다
“안전자산인데 손실이 그렇게 크겠어?”라는 의문은 최근 몇 년의 숫자를 보면 사라집니다.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미국 30년 장기국채 현물 가격은 -53% 하락했다는 집계가 있습니다.[100]
장기국채 ETF인 TLT도 같은 맥락을 보여줍니다. 2026년 8월 18일 기준, 분배금 재투자를 포함한 명목 총수익 기준으로 TLT는 고점 대비 -42.54% 아래에 있고, 최근 1년 수익률은 -0.87%, 연초 이후는 -3.80%입니다.[104][105] 물가를 반영한 실질 총수익 기준으로 보면 고점 대비 낙폭은 -55.57%, 최근 1년은 -4.09%, 연초 이후는 -6.79%입니다.[101][102]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손실 숫자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현물 가격만 볼 것인지, 분배금을 재투자한 총수익으로 볼 것인지, 물가를 반영할 것인지에 따라 손실 규모가 달라집니다.[100][101] 초보자에게는 이 차이가 헷갈릴 수 있지만, 오히려 이 차이가 채권 이해의 핵심입니다. 채권은 이자를 받기 때문에 가격 손실과 총수익 손실이 다를 수 있고,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명목 수익과 실질 수익도 갈라집니다.
IncomeShares는 TLT 가격이 2020년 3월 고점 179.90달러 대비 대략 50% 낮다고 설명합니다.[107] 숫자의 소수점이 조금 달라도 방향은 같습니다. 최근 장기국채의 경험은 “국채는 안전해서 안 아프다”가 아니라, “국채는 신용은 안전할 수 있어도 금리 사이클에서는 크게 아플 수 있다”는 쪽에 훨씬 가깝습니다.
한 줄 정리: 최근 장기국채 손실은 이론이 아니라 실제였고, ‘안전자산 역설’은 이미 숫자로 확인됐습니다.

명목손실과 실질손실은 왜 다를까: 쿠폰을 받아도 구매력은 줄 수 있습니다
월급이 올랐는데 물가가 더 많이 오르면 체감은 가난해집니다. 채권도 비슷합니다. 계좌에 쿠폰이 들어왔다고 해서, 실제 구매력이 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TLT의 사례가 이를 보여줍니다. 2026년 8월 18일 기준 명목 총수익 최근 1년은 -0.87%인데, 실질 총수익 최근 1년은 -4.09%입니다.[104][101] 숫자 차이만 봐도 인플레이션이 쿠폰 수익 일부를 잠식했다는 뜻입니다. 장기채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배금을 받았으니 버틴다”는 말이 구매력 기준으로는 틀릴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TIPS가 등장합니다. TIPS는 원금이 물가와 연동되어 조정되는 미국 물가연동국채입니다.[128] 일반 국채는 명목 원금을 돌려주지만, TIPS는 물가 상승이 원금에 반영되는 구조라서 실질 구매력을 방어하는 데 더 유리합니다.[128] 물론 가격 변동이 없다는 뜻은 아니고, 일반 국채와 마찬가지로 시장금리 변화의 영향을 받습니다. 다만 손실의 성격이 다릅니다. 일반 국채는 금리와 물가 상승의 이중 압박을 받을 수 있고, TIPS는 그중 물가 부분을 일부 흡수합니다.
정리하면, 채권 손실은 하나가 아닙니다. 시장가격 하락으로 인한 명목손실, 그리고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손실이 따로 존재합니다. 초보자가 이 둘을 섞어 보면 “이자도 받았는데 왜 손해지?”라는 질문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한 줄 정리: 채권에서는 ‘돈을 받았는가’보다 ‘그 돈의 구매력이 유지됐는가’를 따로 봐야 합니다.

은행은 왜 국채 때문에 무너질 수 있었을까: SVB와 회계의 함정
여기서부터는 개인 투자자 계좌가 아니라 은행 대차대조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원리는 같습니다. 가격이 떨어진 장기채를 많이 들고 있는데, 그 손실을 바로 장부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 수 있습니다.
SVB는 2022년 금리 급등 속에서 장기 증권 포트폴리오의 미실현 손실이 분기마다 커졌습니다. 2022년 말 기준 HTM 증권 장부가 913억달러에 대해 공정가치는 762억달러였고, 미인식 손실은 151억달러였습니다.[3] 이 손실은 2022년 1분기 70억달러, 2분기 110억달러, 3분기 159억달러로 누적됐습니다.[3]
문제는 HTM, 즉 만기보유증권 회계입니다. HTM은 금리 변화로 가격이 흔들려도 장부에는 상각후원가로 잡히기 때문에 손실이 손익계산서나 자본에 즉시 반영되지 않습니다.[30][31] 반면 AFS, 즉 매도가능증권은 공정가치로 평가되고 미실현 손익이 자본의 기타포괄손익 누계에 반영됩니다.[28][30]
이 구조만 보면 HTM은 편안해 보입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정말로 만기까지 들고 갈 의도와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31][35] 만약 중간에 유동성 때문에 HTM 일부를 팔면, 전체 포트폴리오를 AFS로 재분류해 시가평가해야 할 수 있습니다.[31][35] 이른바 테인팅 룰은 “조금만 건드려도 전체 약속이 깨진다”는 성격이 있습니다.[39][40]
SVB는 바로 이 외통수에 걸렸습니다. 고객 예금이 빠져나가자 2023년 3월 8일 AFS 증권 210억달러를 팔아 18억달러의 세후 손실을 인식했고, 추가로 22.5억달러 자본 확충 계획을 발표했습니다.[2][13] 그런데 이 발표가 오히려 유동성 불안을 키웠고, 다음 날 고객들은 420억달러를 인출하려 했습니다.[2][25] 만약 HTM 손실까지 실현되면 자기자본이 사실상 잠식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에 읽힌 것입니다.[11][43]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단순합니다. 장부상 안전과 시장가치 기준 안전은 다릅니다. 금리가 급등하는 국면에서는 정부보증 채권이라도, 길게 들고 있으면 은행을 흔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신용이 아니라 듀레이션, 그리고 유동성입니다.
한 줄 정리: SVB는 ‘안전한 채권’을 들고도, 금리·유동성·회계 분류가 겹치면서 무너졌습니다.

시스템 전체로 보면 더 큰 그림이 보입니다: SVB는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한 은행의 실수로만 보면 사건의 깊이가 얕아집니다. 실제로는 금리 상승이 은행권 전체의 채권 포트폴리오에 같은 방향의 압력을 가했습니다.
미국 은행권 전체의 채권 미실현 손실 규모는 2019년 말 80억달러에서 2022년 말 6,200억달러로 커졌습니다.[110] 3년 만에 약 77.5배 늘어난 셈입니다.[110] 또 2023년 5월 기준으로는 HTM 포트폴리오 미실현 손실이 2조달러 이상으로 추정됐습니다.[111]
다만 이후에는 일부 완화도 있었습니다. 2025년 말 FDIC 기준 미실현 증권 손실은 3,061억달러로 2022년 초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다는 정리가 있습니다.[113] 이 숫자는 은행들이 자산 듀레이션을 줄이고 일부 손실을 흡수하며 구조를 조정했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장기금리가 다시 오르면 같은 메커니즘이 다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113]
초보자에게 중요한 포인트는 “국채가 위험하다”가 아닙니다. 더 정확한 표현은 “긴 만기의 고정금리 자산은, 자금조달이 짧고 불안정할 때 위험해진다”입니다. 은행이든 ETF든 핵심은 만기 구조와 현금흐름의 시간 배치입니다.
한 줄 정리: SVB는 특수사례였지만, 장기채 손실 메커니즘 자체는 은행권 전반에 공통으로 작동했습니다.

개별채권과 채권 ETF는 왜 회복 방식이 다를까
많은 분이 여기서 가장 크게 혼동합니다. “채권은 만기까지 들고 가면 회복된다는데, 왜 내 채권 ETF는 안 돌아오지?”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개별채권은 만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발행자가 부도나지 않고 만기까지 들고 가면 액면가를 돌려받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중간 가격은 떨어지지만, 만기가 다가오면서 가격이 액면가 쪽으로 당겨지는 풀투파(pull-to-par) 효과가 나타납니다.[117][118] 그래서 “중간 변동은 아프지만 끝은 정해져 있다”는 느낌이 가능합니다.
반면 일반 채권 ETF는 만기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TLT 같은 ETF는 대체로 일정한 듀레이션을 유지하려고, 만기가 짧아진 채권을 내보내고 더 긴 채권을 계속 사들입니다.[120][122] 즉, 채권들이 늙어가며 안전해지는 과정을 투자자가 끝까지 누리기 전에, 펀드가 포트폴리오를 다시 젊고 긴 채권으로 갈아타는 구조입니다.
금리 상승기에는 이 리밸런싱이 문제를 만듭니다. 가격이 내려간 기존 채권을 만기까지 들고 액면 회복을 기다리지 못하고, 중간에 팔아 새 채권으로 교체하면서 손실 일부가 실현됩니다.[123][124] 그래서 개별채권의 “기다리면 원금 회복” 논리가 일반 채권 ETF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같은 국채에 투자해도 체감 결과가 왜 다른지 설명됩니다. 개별채권은 만기를 향해 늙어가고, 일반 채권 ETF는 늘 비슷한 나이로 유지됩니다. 마라톤으로 비유하면, 개별채권은 결승선이 고정돼 있지만 ETF는 결승선이 계속 앞으로 이동하는 셈입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타깃 만기형 ETF, 즉 defined-maturity ETF는 특정 연도 만기 채권만 보유하고 종료 시점이 있어 개별채권에 더 가까운 성격을 가집니다.[116][127] 예를 들어 IBGB는 2045년 만기 국채 중심으로 구성되고, 시간이 갈수록 듀레이션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116][127]
한 줄 정리: 개별채권은 만기가 원금 회복의 닻이 되지만, 일반 채권 ETF는 듀레이션을 유지하느라 그 닻이 계속 옮겨집니다.

채권 ETF에서 개인 투자자가 실제로 겪는 손실 경로
ETF는 편리하지만, 편리함이 구조를 지워주지는 않습니다. 계좌에서 보이는 손실은 몇 가지 경로로 나뉩니다.
첫째, 가장 직접적인 것은 NAV 하락입니다. 기초 채권가격이 떨어지면 ETF 순자산가치도 하락합니다. TLT가 2020년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이 경로를 보여 줍니다.[104][107]
둘째, 분배금 재투자 딜레마가 있습니다. 분배금을 받으면 평균단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사이 기존 평가손은 이미 크게 발생해 있습니다. 명목 총수익과 실질 총수익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연결됩니다.[101][104] “배당 받으니 버틴다”는 말은 전체 총수익과 물가를 함께 봐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채”라는 단어만 보고 안심하기보다, 내가 들고 있는 것이 개별채권인지, 일반 ETF인지, 타깃 만기형 ETF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이름은 비슷해도 시간 구조가 다르면 손실 방식도 달라집니다.
한 줄 정리: 개인 투자자의 국채 손실은 단순 가격하락이 아니라, NAV·재투자·만기 구조를 통해 서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핵심 용어를 한 번에 정리하면
이제 용어를 짧게 묶어 두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단어 자체보다 어디에 쓰는 개념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액면가와 쿠폰
액면가는 만기에 돌려받는 원금입니다.[79] 쿠폰, 즉 표면이자는 발행 시 약속된 정기 이자입니다.[53] 둘 다 발행 시점에 거의 고정되어 있습니다.
YTM
만기수익률은 채권이 주는 모든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시장가격과 일치시키는 수익률입니다.[50][78] 초보자에게는 “겉이자율이 아니라, 지금 이 가격에 샀을 때의 진짜 연수익률”로 이해하면 됩니다.
듀레이션과 수정듀레이션
듀레이션은 투자자금의 평균 회수기간입니다.[58] 수정듀레이션은 금리 1%포인트 변화에 대해 가격이 대략 몇 % 움직이는지 보여 주는 민감도입니다.[86][91]
컨벡시티
채권 가격이 금리에 직선이 아니라 곡선처럼 반응하는 정도입니다.[88] 금리 변화 폭이 커질수록 중요해집니다.
HTM과 AFS
HTM은 만기보유증권으로, 상각후원가로 장부에 잡혀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손실이 즉시 반영되지 않습니다.[30][31] AFS는 매도가능증권으로, 공정가치 평가가 이뤄집니다.[28][30]
Pull-to-Par
개별채권이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액면가로 수렴하는 성질입니다.[117][118] 단, 이것은 만기까지 실제로 보유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일반 채권 ETF와 타깃 만기형 ETF
일반 채권 ETF는 일정 듀레이션을 유지하려고 계속 리밸런싱합니다.[120][122] 타깃 만기형 ETF는 특정 만기를 향해 가며 듀레이션이 줄어드는 구조라 개별채권과 더 비슷합니다.[116][127]
한 줄 정리: 이 글의 핵심 용어들은 모두 ‘채권이 왜 흔들리고, 누가 그 손실을 언제 확정하는가’를 설명하는 도구입니다.
마무리
한 줄로 말하면, 국채의 안전은 신용에서 오지만 손실은 시간에서 나옵니다. 돈을 언제 받는지, 그 사이 금리가 얼마나 바뀌는지, 그리고 중간에 팔아야 하는지가 손익을 갈라놓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달라지는 신호는 세 가지입니다. 장기금리의 방향, 보유 자산의 듀레이션 수준, 그리고 만기 전 매각을 강요하는 유동성 압박입니다. 이 셋 중 하나만 바뀌어도 같은 국채가 전혀 다른 자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1편과 이번 글을 바탕으로, 왜 장기금리가 기준금리 인하와 따로 움직일 수 있는지, 그리고 그때 장기채 투자 판단이 왜 자주 엇갈리는지를 더 좁혀서 보겠습니다.
References
▶ 한국은행 · 채권시장의 이해
https://www.bok.or.kr/portal/bbs/B0000217/view.do?nttId=213828&menuNo=200144&pageIndex=
- [53] “3년 만기 액면 10,000원, 표면금리 10%… 표면금리가 정해지는 순간… 현금흐름이 fix…”
- [76] “채권수익률, 즉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시장이자율과 채권가격은 반대의 관계…”
- [81] “시장이자율이 바뀔 때마다… ‘오늘 금리가 1%p 올랐는데 내가 얼마의 수익/손실…’…”
- [99] “3년 만기의 기간을 현재가치의 가중치를 통해 새로운 만기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 한국은행 ·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이해와 최근 동향
https://www.bok.or.kr/portal/bbs/B0000217/view.do?nttId=10047980&menuNo=200144&listType=G&pageIndex=10
- [50] “수익률이란 채권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유통시장에서의 가격과 일치시키는 이자율…”
- [69] “듀레이션은 투자자금의 평균회수기간… 듀레이션이 크다고 하면 이자율 변화에 채권가격…”
▶ 한국은행 ·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이해와 최근 채권시장 동향
https://www.bok.or.kr/portal/bbs/B0000217/view.do?menuNo=200144&nttId=10088718
- [58] “듀레이션은 말씀드린 대로…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을 보유를 해야 투자 자금을…”
- [78] “받을 예정인 현금 흐름들을… 시장 유통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이 채권 가격을 일치…”
- [85] “수익률이 올라갈 때 가격이 떨어진다… 이게 이 공식 때문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 [90] “금리가 0.01%p 바뀌었을 때 채권 가격이 몇 % 변하느냐…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 [91] “Modified Duration… 금리 민감도를 표현해 주는 지표라고 이해를 해 주시면 됩니다…”
▶ 한국은행 ·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이해와 최근 이슈
https://www.bok.or.kr/portal/bbs/B0000217/view.do?nttId=10081324&menuNo=200144
- [59] “50원을 1+r로 할인하면 46원… 1,050원을 1+r의 3승으로 할인하면 834원이 나옵니다…”
- [63] “1년차의 현금흐름은 0.05… 3년치에는 90% 가중치… 합치면 이 채권의 듀레이션…”
- [73] “A 채권의 수익률은 8.98%고요. 채권 B는 7.23%가 나옵니다…”
- [84] “[Ⅲ. 채권수익률과 듀레이션] (p.19) 반대로 같은 수식인데요. 반대로 채권수익률을 알면 당연히 채권가격도 계산이 가능하겠죠? 수식을 보시면 r이라고 적혀 있는 채권수익률이 지금 분모에 가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
▶ 한국은행 · 21.금융
https://www.bok.or.kr/portal/bbs/B0000216/view.do?nttId=165638&menuNo=200647&pageIndex=
- [79] “만기일까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이자를 표면이자(coupon rate), 만기일에 지급될…”
- [83] “채권수익률은 채권 가격의 변동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
▶ Quantt · Bond Duration and Convexity
https://www.quantt.co.uk/resources/duration-and-convexity
- [86] “Modified duration is a price sensitivity… percentage price change per unit…”
▶ Raymond James · Duration & Convexity
https://www.raymondjames.com/wealth-management/advice-products-and-services/investment-solutions/fixed-income/bond-basics/duration-and-convexity
- [88] “Modified duration attempts to estimate how the price of a bond will change……”
- [89] “The duration of a bond will be higher the lower its coupon… higher the longer…”
▶ iShares · TLT
https://www.ishares.com/us/products/239454/ishares-20-year-treasury-bond-etf
- [92] “14.83 yrs as of Aug 18, 2026… Average Yield to Maturity 5.33%… Weighted Avg…”
▶ Eco3min Research · Macroeconomic Data & Financial Datasets
https://eco3min.fr/en/research-data/
- [100] “The 2020–2023 period produced a 53% drop in long-duration Treasury prices…”
▶ Total Real Returns · TLT 실질 총수익
https://totalrealreturns.com/s/TLT
- [101] “TLT real return snapshot… returned −4.09% over the past year and −6.79% YTD…”
- [102] “Drawdowns TLT: Real Portfolio Drawdown from Peak −55.6%…”
▶ Total Real Returns · TLT 명목 총수익
https://totalrealreturns.com/n/TLT
- [104] “TLT total return snapshot: TLT returned −0.87% over the past year and −3.80%…”
- [105] “Drawdowns TLT: Portfolio Drawdown from Peak −42.5%…”
▶ IncomeShares ETPs · The Investment Case for TLT
https://incomeshares.com/en-eu/insights/tlt-investment-case
- [107] “Since peaking in March 2020 at $179.90 per share, TLT’s price is still down…”
▶ Review of the Federal Reserve’s Supervision and Regulation of Silicon Valley Bank
https://www.federalreserve.gov/publications/files/svb-review-20230428.pdf
- [13] “SVBFG had sold $21 billion in available-for-sale (AFS) securities, was booking…”
- [31] “if a bank sells a portion of its HTM portfolio, the entire portfolio would be…”
- [35] “Classification as HTM enables the securities… carried at amortized historical…”
▶ Federal Reserve · Silicon Valley Bank Executive Summary
https://www.federalreserve.gov/publications/2023-April-SVB-Executive-Summary.htm
- [25] “On March 9, SVB lost over $40 billion in deposits… represented roughly 85…”
▶ SMU Cox School of Business · Unraveling of Silicon Valley Bank
https://www.smu.edu/cox/coxtoday-magazine/2023-03-27-silicon-valley-bank-failure
- [3] “SVB’s balance sheet for the fiscal year 2022 clearly shows that the HTM…”
- [11] “If the losses from the decline in fair value of HTM securities were to be…”
- [30] “AFS be carried at fair value… In contrast… HTM securities are carried at…”
- [43] “the peer banks did not take on the kind of duration risk that SVB took on…”
▶ Wikipedia · Collapse of Silicon Valley Bank
https://en.wikipedia.org/wiki/Collapse_of_Silicon_Valley_Bank
- [2] “SVB announced on Wednesday, March 8 that it had sold over US$21 billion worth…”
▶ Lowenstein Sandler LLP · Silicon Valley Bank: A Timeline and Summary of Events
https://www.lowenstein.com/news-insights/publications/client-alerts/silicon-valley-bank-a-timeline-and-summary-of-events-debt-finance
- [110] “at the end of 2019 the gap between book value and FMV at financial…”
▶ CPA Journal · HTM Accounting Shortcomings
https://www.cpajournal.com/2024/04/08/bank-failures-highlight-the-shortcomings-of-held-to-maturity-htm-accounting/
- [28] “Debt securities… classified as held-to-maturity securities and reported at…”
- [111] “As of May 2023, it was estimated that the total unrealized HTM losses facing…”
▶ Bancara · Global Bonds Enter a New Regime
https://bancara.com/global-bonds-enter-a-new-regime-as-fiscal-risk-reprices-the-long-end/
- [113] “FDIC data for the end of 2025 showed unrealised securities losses had fallen…”
▶ Occam Investing · How to predict bond returns
https://occaminvesting.co.uk/how-to-predict-bond-returns/
- [117] “if rates rise, the bond’s price falls in the short term, but will climb back…”
- [120] “bond funds are constantly having to buy and sell bonds within the fund in…”
- [123] “the fund will constantly be selling bonds early for lower prices, and…”
- [124] “profit/loss from shifts in interest rates are booked along the way as…”
▶ Flirting with Models · Did Declining Rates Actually Matter?
https://blog.thinknewfound.com/2017/04/declining-rates-actually-matter/
- [118] “there will be a ‘pull-to-par’ effect as the bond matures, causing the bond to…”
- [122] “profit/loss from shifts in interest rates are booked along the way as…”
▶ KoalaGains · iShares iBonds Dec 2045 Term Treasury ETF (IBGB)
https://koalagains.com/etfs/NASDAQ/IBGB
- [116] “Unlike a traditional bond ETF that continuously rolls its holdings to maintain…”
- [127] “defined-maturity bond fund… holds U.S. Treasury bonds… that all mature in or…”
▶ KoalaGains · iShares iBonds Oct 2028 Term TIPS ETF IBIE
https://koalagains.com/etfs/NYSEARCA/IBIE
- [128] “holds U.S. Treasury Inflation-Protected Securities (TIPS)… principal value is…”
▶ arXiv · The not-so-hidden risks of ‘hidden-to-maturity’ accounting
https://arxiv.org/html/2407.03285v1
- [39] “In the opposite direction, there are also natural pressures to not rely too heavily on HtM. First of all, it is a real c…”
- [40] “Changing market conditions led firms with cash constraints – and also those supported by flighty venture capital funding…”